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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문화,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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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4-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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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4관왕을 거머쥔 데 이어 2년째 전해진 낭보다. 외국 영화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아카데미상에서 연속으로 두해째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우리 영화가 이제는 세계의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고 작품성마저 대접을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했다. 이 상이 매우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한국 배우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아시아계로서는 제30회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탔던 일본 배우 고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이다. 그만큼 아카데미상은 외국 배우들에게 상을 주는 것에 인색했고 특히 아시아계 배우의 연기를 인정하는 것도 주저했다.
   윤여정은 그동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들 가운데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로 평가돼 왔었고 가끔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시니컬한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시상식에서도 상을 주는 브래드 피트에게 "저희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나요"라고 언급하면서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배급사 대표이기도 하니까 위트 있는 발언이다.
   또 잘 알다시피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조영남과의 결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연기를 중단했다가 이혼 후 한국에 돌아와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 다작의 생계형 배우로 알려져 있다.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에둘러 표현했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에 열심히 일해서 이런 상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영화 예술은 오랫동안 미국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때 홍콩과 중국이, 또는 일본이 주도하다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최근 세계의 대중음악계를 뒤흔들고 있는 BTS에 이어  K-컬쳐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셈이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공감을 얻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국력이 신장됐다는 뜻이다. 모든 면에서 변방에서 쭈볏거리다가 이제는 한가운데 들어선 것이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문화를 더욱 다듬어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으로 본격적으로 세계를 움직일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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